독서

김용규 작가의 <철학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 > - 언어편을 읽고

mood.er 2020. 2. 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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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 - 언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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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용규 작가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 <어린 왕자 >편을 읽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폴 티보드, 레라 보로디츠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다."


-유발 하라리-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김용규 작가의  '언어'  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언어의 기원>에 나오는 <언어 행동학>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건적 기능'과  '논증적 기능'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했습니다. 



사건적 기능은 흥미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주변의 동료에게 알리는 역할이고, 그렇게 전달된 정보가 과연 믿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논증적 기능이라고 하는데, 원래 사전적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언어가 개발되었으나, 상대를 속이려는 거짓말이나, 과장과 과시 행동으로 인해 논증적 기능이 점차 발전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지 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사건적 기능', '논증적 기능'외에 인지 혁명 시기에 발생된 '서술적 기능'에 추가되었는데, 이것을 바로 허구를 만들어 전하는 기능입니다.



얼핏 보면, 허구, 서술적 기능이라는 말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허구적인 이야기는 한 사회 공동의 문화적 가치를 알려주고, 그곳에 속한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을 형성해나가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신화, 전설, 등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집단의 구성원으로 길들여지면서, 인류 진화의 원천이며, 생존과 승리의 원동력이 되어 준 사회성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모두가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신화는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현대 국가, 중세 교회, 원시 부족도 모두 그렇다. 교회는 공통의 종교적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로 만난 일이 없는 카톨릭 신자 두 명은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거나 병원 설립을 위한 기금을 함께 모을 수 있다. 둘 다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사적 기능은 인간의 사회성을 무한히 확장했고, 그러한 사회성은 인류의 진화와 문명 발달의 원동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각, 마음, 행동, 그 사람의 인간성 전체를 구성하는 핵심요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 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 유발 하라리 -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는 은유(허구가 가상의 실재를 만드는 것)는 인류 역사의 흐름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095년 11월 27일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프랑스 클레르몽에  있는 주교좌 성당에서 십자군 원정 참여를 독려하는 연설에서 "신의 뜻이다."는 말을 했고,  이 말 한마디가  '성전'으로 미화되어 2백년 동안이나 자행된 십자군의 악행(약탈, 방화, 파괴, 강간,살육) 등을 정당화 시킬 수 있었지요.



우리가 듣고, 말하고, 매순간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과 의사소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정신,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는 엄청난 도구인 것입니다.


'개그 콘서트'의  "가짜 뉴스"를 보면, 진짜 같은 가짜 이슈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뉴스를 진행하는 형태의 코너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개그 콘서트로서 웃음과 즐거움만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과 같이 각종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SNS, News 등에서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일명 '가짜 뉴스' 를 통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안겨주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 뉴스들은 가뜩이나 겁에 질린 시민들이 두려움을 증폭시켜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키고, 불안감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우한 폐렴 가짜 뉴스', '중국 가짜 뉴스', '우한 폐렴 가짜 환자 연기 동영상' 등 인간의 서사적 기능이 부정적으로 사용되어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만연했던 '마녀 사냥'이 오늘날 '가짜 뉴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환생한 것 같은 생각은 저만의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제아무리 인류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지구상에 살아남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준 은유를 통한 가상 현실이 대중들에게 실재와 같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그들의 정신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해도 "준비 없는 말은 산산이 흩어진다. 말 속에 진정성이 살아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의 위력을 발휘한다." 는 진리는 변함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가짜 뉴스'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여 소통함으로써 인간다운 품격을 잃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진실을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 하는 것이다."


- 리 영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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