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더불어 숲] 신영복의 세계 기행 ⑦ - 녹색의 희망, 아마존

mood.er 2019. 7. 1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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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사람보다 자연적인 사람이 칭찬입니다.


누군가는 브라질을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 찬 부자나라라고 했습니다. 여느 남미국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70%의 부를 상위 5%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유한 건물의 옥상에는 헬기 착륙장이 있어서 쇼핑, 출퇴근 시 이용 가능한 자가용 헬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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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면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데 상위 5%의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나누어 주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만연한 로비 활동 및 폭력 조직으로 인해 이러한 개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브라질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매년 2월 말에서 3월초까지 이어지는 리우카니발 기간 동안 밤낮없이 축제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도록 즐기는 그들의 열정과 낙천성은 그 사회의 민낯과 명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브라질 사회는 인디오(토착민), 노예 유입에서 강제 이주된 아프리카계 흑인, 식민지 시절 유입된 포르투갈계 유럽인, 그 밖의 아랍 및 아시아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신영복 교수님의 녹색 희망, 아마존에 대한 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에서 발췌)


오늘은 아마존에서 엽서를 보냅니다. 사람들은 아마존을 녹색의 지옥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오지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겨우 강변을 배회하는 약소한 관광에 나서면서도 주사를 맞고 방충제를 바르는 등 부산을 떨었던 까닭도 아마존의 야성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존 강변의 작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곳 어린이와 어린 엄마를 보면서 아마존을 녹색의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뉘우치게 됩니다. 에어컨이나 칼 한 자루 갖지 않은 채 수천 년에 걸쳐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아마존이 천혜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구의 허파라고 일컬어지듯 아마존이 안고 있는 물과 숲은 오염에 시달리는 지구를 오늘도 말없이 씻어 주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지옥이라고 일컫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기피해온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 낸 잘못된 언어이며 우리의 부끄러운 얼굴입니다. 나는 이 거대한 아마존의 웅장한 깊이를 만나볼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아마존이 키우고 있는 무수한 생명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아마존을 녹색의 희망이라고 불러야합니다.


아마존의 본류인 술리몽스 강과 네그루 강이 합류하는 곳에 인구 150만의 도시 마나우스가 있습니다. 마나우스는 19세기 말 아마존에서 천연고무가 발견되면서 들어선 도시입니다. 고무 산업이 말레이시아로 옮겨 간 뒤 마나우스는 활기를 잃고 말았지만 지금도 이곳을 면세 지역으로 만드는 등 외국 자본을 유치에 열심입니다.



마나우스에는 당시의 번영을 짐작케 하는 유럽풍 시가지와 건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르네상스풍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아마조나스 오페라 극장은 명소로 남아 있습니다. 유럽에서 수입한 세라믹 타일 3만 6,000장으로 만든 돔이 지금도 금빛을 발하고 있으며 안내인은 이 오페라 극장의 화려함을 예찬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전성기 때의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어서 매주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으며 당시 명성을 떨치던 카루소가 이 극장에 와서 노래를 불렀다는 소문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곳에는 유럽을 향한 향수와 동경이 역력합니다. 반면 인디오 박물관에서 본 이곳 원주민들의 삶은 마나우스와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우선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수입한 것이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나무는 물론이고 잎사귀와 열매와 나무껍질 등으로 만든 갖가지 물건들은 하나같이 아마존의 숲에서 얻은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아구동이라는 나무에서 따 낸 솜과 그 솜을 타서 자아낸 실로 만든 생활용품들은 화문석을 능가하는 색깔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밀림에서 아마존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자연을 입고 먹고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자연스런 삶이 역력합니다. 이들에게는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들의 삶은 문명인들의 눈에는 당연히 원시적인 것으로 비쳐지겠지만 이들의 삶 속에는 싱싱한 생명이 숨 쉬고 있었습니다. 아마존만큼 우람하고 장구한 생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아마존 원주인들의 삶이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잠입해 들어와 이들의 마을을 불사르는 금 채굴꾼들이나 마약 재배자들이 원주민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묵인하는 정부의 원주민 소멸 정책도 그들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주민들의 퇴락과는 반대로 새로운 문명의 이기로 자신의 무장을 부단히 증강하고 있는 마나우스는 쉽게 그 위력을 잃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조나스 오페라 극장의 전체적 모습은 거대한 아마존과 싸우느라고 나이보다 훨씬 늙어 버린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비단, 이 극장뿐만이 아니라 마나우스는 도시 그 자체가 아마존에 뛰어든 이질적인 침입자였습니다. 아스팔트는 뜨겁고 선창의 쇠붙이는 녹슬고 있습니다. 마나우스는 규모가 150㎢ 달하는 큰 도시지만 700만㎢의 광활한 아마존 유역과 비교해 보면 그것을 실로 홍로점설(紅爐點雪)에 불과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존과 싸우고 있는 마나우스와 아마존과 더불어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은 너무나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선명한 대조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합니다.


그리고 몇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어느 것이 더 오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칭찬이 못 되며 차라리 자연적인 사람이 칭찬이 된다던 당신의 말이 떠오릅니다.


에콰도르의 키토 공항에서 엽서를 꺼내 다시 글을 씁니다. 비행기를 바꿔 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지만, 나는 이것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정경을 수없이 목격해야 했습니다.


신혼여행이나 해외여행의 즐거움으로 부풀어 있는 김포공항과는 달리 이곳은 가족과 이별하고 멀리 돈 벌러 떠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별리(別離)의 나루가 되어 있습니다. 만주로, 구주 탄광으로, 월남으로 떠나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 한 장에 온 가족의 얼굴을 담아 놓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이역(異域)으로 떠나가는 이들의 옆에서 나도 어느새 그이의 가족이 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아마존을 떠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비단 아마존뿐만 아니라 세계의 곳곳에서 지금도 고향과 혈육을 떠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혹시나 가방을 날치기당하지 않을까 경계하던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별리의 가슴 아픈 나룻가에서 나는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을 돌이켜 봅니다. 우리는 너나없이 저마다의 강물 같은 사연과 뜨거운 정을 안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고향산천을 떠나지 않고, 정든 사람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오늘날에는 너무나 순진한 공상이 되어 버린 감상에 젖게 됩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이들을 가난하고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해주셨습니다. 낡고 구태연 하며 오래된 식민지 사관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원주민들에 대한 부당한 생각과 오해와 편견들이 수많은 파편이 되어 뇌리를 스칩니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떠한 가치관과 사고를 강요했던 것일까?

세계사를 통해 알게 된 역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나 자신부터 진실이라고 포장된 진실 같은 거짓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모두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아니 반드시 풀어야 할 의무라고 여겨집니다. 


아마존의 원주민들로부터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한 애정과 관심이 바로 첫 출발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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