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더불어 숲] 신영복의 세계 기행 ⑩ - 라라랜드와 아메리칸 드림

mood.er 2019. 7. 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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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속에서도 이것은 꿈이라는 자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한때 유행어처럼 번졌던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란 말을 요즘은 듣기도 힘들고 아예 사용하지 않는 잊혀져버린 단어가 되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유행할 때만 해도 온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떠나는 일이 지금보다 빈번했고, 미국이란 국가를 멀리서나마 동경하며 학창 시절 미국에서 살다 온 경우 모든 아이들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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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비록 바보 같은 그들이지만, 


부서지는 가슴을 위하여


우리가 망쳐버린 것들을 위하여.


- 영화 라라랜드 Audition(The fools who dream) 중에서 - 

     

별들의 도시여, 오직 나만을 위해 반짝이나요?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누가 알까요?


이것이 아름다운 무언가의 시작인지


혹은 또 한 번 이루지 못한 꿈일지.


- 영화 라라랜드 City of Stars 중에서 - 


약 2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속 노랫말 가사들이 마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 가슴을 흔들어 놓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정확한 뜻을 국어 대사전에서 찾아보았는데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생각


- 미국 시민들이 갖고 있는,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 다수 미국인의 공통된 소망으로 무계급 사회와 경제적 번영의 재현, 압제가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의 영속 따위이다.


또한 아메리칸 드림에 빗대어 나온 말로,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많은 돈을 벌어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메리칸 드림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었던 수많은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들은 지금쯤 모두 그들의 꿈을 이루었을까요?


그토록 원하던 꿈과 목표를 이루고 난 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신영복 선생님의 글에서 발췌)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에 있는 명성의 거리(The walk oh fame)에는 3,000개가 넘는 별이 있습니다. 보도에 박혀 있는 별 하나하나에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들입니다. 미국은 꿈의 대륙이고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 한다면 아메리칸 드림은 곧 20세기의 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꿈의 역사였습니다. 신대륙을 찾아 나선 청교도의 꿈에서부터 서부를 향해 불태웠던 골드러시의 꿈, 실리콘밸리에서 키우는 정보사회의 꿈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꿈의 제국입니다.



미국의 꿈은 이제 아메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미국의 꿈은 할리우드의 필름이 깔아 놓은 셀룰로이드 고속도로를 따라 세계 방방곡곡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수많은 상품과 자본은 막강한 군사력의 계호를 받으며 미국의 꿈을 도처에 심어 놓고 있습니다. 미국의 꿈은 이제 세계의 꿈이 되어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눈길이 꿈속을 더듬는 듯합니다. 


이 꿈의 벨트가 보여주는 상품화된 꿈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꿈은 개인에게 열려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일컫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이며 어떤 가능성을 열어 주는 꿈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사람의 흑인 관광객도 찾아볼 수 없는 꿈동산 디즈니랜드가 보여 주는 꿈은 무엇이며, 할리우드가 생산하고 있는 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라스베이거스가 펼쳐 보이는 꿈은 과연 어떤 내용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선도하는 정보사회의 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할리우드 거리를 걸으며 보도에 도장 되어 있는 스타들의 이름을 읽을 때마다 나는 스타의 꿈이 좌절된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부의 꿈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부의 꿈은 꿈이 아니라 황금입니다. 그것이 황금 이상으로 미화되는 것을 그것을 꿈으로 미화하는 구조를 배후에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과 야만, 카우보이와 인디언, 라이플과 도끼, 법과 무법, 여선생과 매춘부라는 서부극의 도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꿈은 암흑을 요구하는 어둠의 언어입니다. 꿈이란 한 개를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몽매(蒙昧)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메리칸 드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꿈이 내장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명(明)과 암(暗), 극소(極小)와 대다(大多)가, 심지어는 무(無)와 유(有)가 무차별하게 전도되는 역상(逆像)의 구조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구조가 꿈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꿈은 우리들로 하여금 곤고함을 견디게 하는 희망의 동의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꿈은 발밑의 땅과 자기 자신의 현실에 눈멀게 합니다. 오늘에 쏟아야 할 노력을 모욕합니다. 나는 이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우리 세기가 경영해 온 꿈이 재부(財富)와 명성과 지위와 승리로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꿈의 유무에 앞서 꿈의 내용을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전에 가능하다면 모든 종류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꿈보다 깸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적 몽유(夢遊)는 집단적 아픔 없이는 깨어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꿈속에서도 이것은 꿈이라고 자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걷고 있는 좁은 골목길 에서 우연인 듯 만나는 이 작은 자각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자각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큰 것이 작게 나타나고 있을 뿐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을 찾아갔습니다. 뜻밖에도 도중에 라틴아메리카 빈민들 10여 명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꿈의 땅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비 내리는 동굴에서 며칠째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꿈의 경계에 서 있는 그들의 초췌한 모습이 슬픕니다. 나는 도로 하나를 경계로 하여 빈(貧)과 부(富)가 칼로 자른 듯이 격리되어 있는 미국의 도시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꿈은 미국 바깥에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멕시코의 국경에 있고, 멀리 지구 반대편의 낮밤이 바뀌어 있는 우리나라에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난 사람들 틈의 한 사람


난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 건 아닐까?


정신없이 도는 세상을 지켜만 보는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내가 누구인지 알아갈 곳이


내가 나로 발견될 곳이


- 영화 라라 랜드 Someone in the Crowd 중에서 - 


미    아 :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거지?


세바스찬 :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미    아 :  나는 자기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세바스찬 :  나도 영원히 사랑할 거야.


- 영화 라라 랜드 중 미아와 세바스찬의 대사 중에서 - 


미아와 세바스찬의 '서로 영원히 사랑할 거야'라고 말했던 약속은 단지 그들의 바람과 꿈이었을 뿐 그들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신영복 교수님께서 전하시는 다음의 메시지가 마음속 깊이 와 닿습니다. 꿈은 우리들로 하여금 곤고함을 견디게 하는 희망의 동의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꿈은 발밑의 땅과 자기 자신의 현실에 눈멀게 합니다. 오늘에 쏟아야 할 노력을 모욕합니다. -중략 -  꿈의 유무에 앞서 꿈의 내용을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꿈을 갖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아닌  우리 자신이 꿈꾸고 있는 그 꿈의 내용이 무엇인지 자각해야 할 순간임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꿈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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